며칠전 여름휴가를 이용해 짧게 방콕여행을 다녀왔습니다.
"일단 비행기부터 타고보자" 하고 대책없이 출발했던지라 살짝 걱정도 되긴 했었습니다만,
어딜가나 현지에 곧바로 적응하는 체질덕분에 별 탈 없이 무사히 귀환하였습니다.
부산에서 출발하는 타이항공을 타고 갔는데, 와... 이게 외국항공사인지 국적기인지 분간이 안갔습니다.
아버님 어머님들 단체관광객도 많고, 승무원들도 한국말로 짧게짧게 얘기해서 신기하기도 하고 웃기기도 했습니다.
제 옆에는 아주 덩치가 큰 외국인 남자분이 앉으셨었는데 덩치 큰 두사람이 좁은곳에 앉아 있을려니
온 몸이 접히는 듯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지요. -_-;;;
기내식이 나왔을때는 어깨와 팔을 접은 채 먹느라 식겁했습니다 ㅠ_ㅜ
창가 자리로 달라고 한걸 후회하던 순간이었습니다;;
처음 공항에서 방콕시내로 들어가는 내내 놀라움을 감출수가 없었습니다.
도시곳곳에 태국 국왕과 왕비의 사진이 젊은 시절 모습부터 현재의 모습까지 다양하게
아주 큰 사이즈로 떡 하니 걸려있는게 아니겠습니까.
그게 국민의 뜻인지 정부의 뜻으로 설치되었는지는 모르겠으나, 국민의 뜻이라면 그만큼 국왕내외를 존경하고 사랑한단 뜻이겠지요.
실제로 여행하면서 본 그들은 국왕내외를 무척이나 사랑하는 듯 보였습니다.
시내에 있는 사진관은 물론 각 점포, 일반 가정집에도 국왕내외의 사진들이 다양하게 걸려있었고,
왕궁과 사원에서 미술수업을 하는 아이들이 아주 큼지막하게 국왕의 초상화를 그리는 모습을 몇번이나 봤습니다.
우리나라와는 사뭇 다른 모습에 약간은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숙소예약이고 뭐고 한국에서 알아간 숙소의 이름과 위치가 그려진 약도만 달랑 들고 택시를 탔습니다.
흠...약도가 한국어로 되어있네요;; 택시아저씨한테 보여줘봤자 아저씨 더 헷갈려만 하십니다.
대충 짧은 영어와 손짓발짓으로 겨우겨우 도착하고보니 아뿔싸, 출발할때 미터꽂고 가잔말을 안했습니다;;
500바트라는 거금을 주고 (보통 공항에서 제가 묵은숙소까지 350바트정도면 온다고 합니다.) 귀한 교훈을 얻었습니다.
"방콕에서 택시 탈때는 타자마자 꼭 [미터]부터 외치자."
숙소에 배낭만 던져두고 나와서 간곳은 저를 방콕으로 이끌어 준 카오산로드 입니다.
여행자의 천국이라는 카오산로드에 엄청난 기대를 하고 갔습니다.
출발전에 읽은 박준님의 "On the Road-카오산에서 만난 사람들"을 비롯해 몇몇 여행에세이들 덕분이랄까요.
자유와 낭만이 가득하다는 얘기를 눈썹이 빠지도록 많이보고 간터라 이번 여행의 목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카오산 입구에 도착하여서 한번 훑어보니
"어...여기가 여행자천국이라던 그 카오산?" 하는 생각이 머리속을 떠나지 않습니다.
제 기대가 너무 컸나 봅니다.
길가로 상점만 빽빽히 서 있고, 외국인들이 많이 보이는 것 말고는 특별해 보이는 것이 없었습니다.
상점들도 제가 기대했던 태국을 몸으로 느낄수 있는 전통품을 파는것이 아니라 슬리퍼,티셔츠,가방 등등
어디서나 쉽게 볼수 있는 물건들이었습니다.
물론 잠깐 훑어본것으로 카오산의 매력을 다 느낄순 없겠지만 실망한 건 사실입니다. ㅎㅎ
카오산을 기웃거리다보니 배가 고픕니다. 아침에 기내식 말고는 아무것도 못먹은것 같습니다.
'여행을 왔으면 현지음식을 먹어야지~'
뭘 먹을까 고민하다가 길에 파는 '팟타이'가 눈에 띄었습니다.
어떻게 주문하는지도 모르고 옆에 외국인이 먹는걸 쳐다보며 멍 때리고 있으니 주인아줌마가 "same?" 합니다.
고개를 끄덕거리고 한접시 받아 먹어보니 맛있습니다.
국수면보다 야채가 더 많은게 살짝 아쉽다고나 할까요-_-;;
한 접시에 1000원정도인걸 감안하면 불만은 쏙 집어 넣어야겠습니다.
카오산을 대충 둘러보고 식사도 하고 나니 갈곳을 잃어버렸습니다.
뭘할까 싶어서 지도를 펼쳐들고 서있으니 어떤 아저씨가 말을 겁니다.
파란색 삼성로고가 새겨진 티셔츠를 입은 아저씨가 친절하게 어디가냐고 물어보길래 지도를 보고 제일 가깝고 눈에 띄던 '파수멘 요새'를 찍었습니다.
사실 제가 아무리 길치고 방향치라도 길을 잘 묻거나 하지 않는데(가다보면 다 나오게 되어있습니다-_-;;) 궂이 가르쳐주신다길래.. ㅎㅎ
가뜩이나 영어도 짧아서 잘 못알아듣는데 동남아 특유의 발음덕분에 영어인지 태국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한참을 설명하시다가 제가 못알아듣는 표정으로 헤헤거리고 웃고 있으니까 따라오랍니다.
"혼자 잘 찾아갈수 있는데..."라고 한국말로 중얼거렸지만 그 아저씨가 알아들으실리가 없습니다-_-;
이런저런 얘기를 하면서 가다보니 파수멘 요새 앞입니다.
고맙다고 사진한장 찍자고 했더니 웃으시면서 "why?" 하십니다. 포즈는 벌써 잡고 계시면서-_-;; ㅎㅎ
친절한 아저씨 덕분에 심심하지 않게 목적지까지 왔습니다.
(파수멘공원에서 찍은 라마 8세 다리)
파수멘 요새는 별로 볼게 없고-_-;;; 뒤에 공원이 있습니다.
해질녘이 되어 선선해지면 방콕시민들이 많이들 나온다길래 사람 구경이나 할까 싶어서 벤치에 앉아있다가 해 떨어질려면 아직 먼 것 같아 다시 일어섰습니다.
시간도 많고 좀 멀리 가볼까 싶어서 택시를 타고 "씨암스퀘어"를 외쳤습니다.
훗, 이번에도 미터는 생략한채 말이죠 -_-;;;;;;
쇼핑은 별 관심이 없지만 젊은이들이 많은 곳이라길래 구경삼아 왔습니다.
택시아저씨가 내려주시면서
"저기가 mbk" 하시는데 사실 mbk가 뭐하는곳인지도 몰랐습니다-_-;;;
가이드북을 찾아보니 쇼핑센터더군요.
저렴한가격에 없는게 없다길래 올라갔다가 출구를 못찾아서 몇바퀴나 돌았는지 모릅니다 ㅠ_ㅠ
구경하다가 종이로 만든 포토앨범이 있길래 하나 샀습니다.
"190밧인데 150밧까지 해줄수 있어" 라길래 "그래, 하나주센~" 하고 사왔습니다.
(그 점원..아주 선심쓰듯이 얘기하더니, 나중에 카오산주변에서 똑같은거 150밧에 팔더이다 -_-)
겨우겨우 출구를 찾아 밖으로 나와서 무작정 걸었습니다.
카오산주변은 서민들이 많은곳이라면 씨암은 부자들이 사는 동네 같다고나 할까요 ㅎㅎ 도시같이 느껴집니다.
골목으로 다니다가 큰 도로로 나오니 뭔가 시끌시끌합니다.
고등학생쯤 되어보이는 아이들이 특이한 분장을 하고 밖으로 나와 구호에 맞춰 율동도 하고, 노래도 부르고 난리도 아닙니다 ㅎㅎ
무슨 일인가 싶어 지나가던 사람들 다 서서 구경하는데, 이건 뭐 알아들을수가 있어야지요 -_-;;
한참동안 관찰한대로 추리를 해보면 맨 앞에 서 있는 남자아이들 세명이 어떤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듯 했습니다.
아이들이 서 있던 뒷쪽에는 큰 전광판이 있었는데, 그쪽에서 뮤직비디오가 나오자 다같이 함성을 지르고 좋아하더라구요.
나중에는 현재 아이들의 모습을 촬영해서 전광판에서 실시간으로 보여주더라는...
방콕아이들의 젊음을 느낄수 있었습니다 ^-^;
저녁시간도 되고 해서 식사를 하려고 나름 유명한 식당을 찾아갔더니 안은 이미 만석이고 밖에도 웨이팅하느라 줄을 서있습니다 =_=...
태국음식을 먹고 싶었는데 씨암주변은 젊은이들 거리라 그런지 피자가게, 패스트푸드 요런것 밖에 없더라구요.제가 못찾았을지도 모르지만 -_-;;
아까 mbk에서 푸드코트를 본게 기억나 다시 그쪽으로 갔습니다.
일단 태국전통음식인 똠얌꿍을 하나와 새우볶음밥을 시켰습니다.
새우볶음밥은 맛있었는데 똠얌꿍은 뭐랄까요...나름 오묘한 맛이 느껴졌다할까요-_-;;
시큼한것 같으면서도 맵고, 라면스프맛이 나는 것 같기도 하고... 여튼 특이한 맛이었습니다.
이번 여행중 가장 비싼 식사를 했는데 왜이리 허무할까요.
식사를 마치고 숙소로 돌아가기 위해 밖으로 나와보니 말로만 듣던 교통체증이 장난이 아닙니다.
길게 늘어선 택시맨 앞으로 가서 목적지를 말하니 200밧을 달랍니다.
"헐 이 아저씨가!! 150밧에 갑시다. 나 올때 100밧주고 왔어~!!" 했더니 '툭툭'을 타랍니다 150밧에 간다고-_-..
한참을 실랑이를 하다가 포기하고 버스정류장으로 가 버스를 기다리던 아가씨한테 슬쩍 물었습니다
"쌈쎈로드 갈려는데 몇번 버스 타야돼?"
아가씨가 자기는 잘 모르겠다고 옆에 아가씨한테 묻습니다.
한참을 자기들끼리 얘기하더니 잠시만 있어보랍니다. 그러더니 들어오는 버스마다 다 물어봅니다.
몇대의 버스가 지나간뒤,
"여기서 거기까지 가는 버스, 사람들이 잘 모르나봐. 스카이 트레인을 타고 지하철로 갈아타고 가야하는거 같애."
뭔가 복잡하지만 버스기사한테 까지 물어봐준 정성이 고마워서 고맙다는 말을 10번은 한것같습니다.
스카이트레인역으로 와서 노선도를 아무리 뚫어져라 쳐다봐도 목적지까지 가는 차는 없는 것 같습니다.
땀 뻘뻘흘리며 혼자 중얼거리다가 역에서 그림파는 아저씨한테 물어봤더니 거기까지 가는 버스와 지하철은 없답니다 -_-;;
"no bus, only taxi"
상대방도 영어가 짧다는건 참 좋은것 같습니다. 군더더기 없이 핵심단어로만 이야기 하니 귀에 쏙쏙 들어옵니다.
그나저나 젠장. 200밧을 주고 택시를 타야하는 건가요.
그 생각으로 잠시 머뭇거리고 있을때 아저씨가
"길 건너서 택시 타, 미터 누르고 가자고 하면 70밧~80밧 정도면 갈꺼야"
오잉? 이렇게 차가 막히는데??
아까 낮에도 100밧이나 주고 왔는데!!!
두번세번 확인을 한뒤 냅다 달려 길을 건너 택시 한대를 세웠습니다.
타자마자 목적지 얘기하고 미터 누르라고 하니 "OK"합니다.
근데...차가 움직일 생각을 안하네요.
길에서 한 20분 넘게 서있었던것 같습니다. 미터요금은 자꾸 올라가는데... 똥줄이 바짝바짝 타 들어갑니다.
신기한게 그렇게 막히던 도로가 어느 구간만 지나면 뻥~ 뚫려서 전혀 막히지 않습니다.
결국 그림가게 아저씨 말대로 숙소까지 75바트에 도착했습니다.
또 한번 배운셈이지요.
"태국에서 택시를 타면 타자마자 무조건 [미터]를 외쳐라"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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